'어젯밤꿈'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2.09.09 엄마.일상.목욕탕.비일상
  2. 2012.08.22 오늘 쓰는 오늘 일기
  3. 2012.06.27 -

엄마.일상.목욕탕.비일상

2012. 9. 9. 20:48 from 4

 







지하철역으로 엄마 마중을 나가려고 몸을 빨리 움직이려는데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갔다
보통 이런 종류의 꿈을 꿀때는 평소에 잘 다니지 않는 길이 나오는데 이번엔 초등학교 등굣길.
초등학교 이후로 다니지 않았던 그 낯설고도 익숙한 길위에서 무거운 몸을 낑낑댔다 헉헉헉
늦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요일+몸상태+날씨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졌음을 깨달았다
'지금 가야겠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동네 목욕탕]을 가기 위해 후다닥 괴나리봇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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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에 관해 기대했던 것들이 모두 그대로였다 판타스틱했다
동네의 익숙한 길은 일상, 그러나 그 길가에 가보지 않은 건물지하의 목욕탕은 비일상
모처럼 일상과 비일상이 서로 맞딱뜨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열댓명의 '엄마'들의 일상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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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서서히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판타스틱은 줄겠지만 아무렴 어때
느릿느릿 시간이 따로 흐르는 것 같던 작은 목욕탕이 정말 좋았다
다음번에 날씨가 좀 쌀쌀해지면 한적한 새벽에, 열탕에 들어앉아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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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쓰는 오늘 일기

2012. 8. 22. 23:51 from 2






대개는 밀리고 밀리고 밀렸다가 한번에 몰아쓰는 편인데 오늘은 간만에 오늘 일기를 오늘 쓴다. 물론 이 일기도 언제쯤 다 쓸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여기 글 아무도 자세히 안 읽어보니까 아무렇게나 막 써야지. 어젯밤 꿈엔 애인(으로 나온 사람)에게서 지저분했던 과거를 적발하고 언성이 높아졌다. 정상적으로 차분하게 응대할 수 없었다. 애인이 내 손목을 붙잡고 끌고 나오더니 '말을 못 하게 하는 혈'을 향해 주사바늘을 꺼냈다. "그거! 나 입다물게 하려고 그러는거지!" 바늘을 막으려다가 잘못해서 내가 되려 애인의 이마 한복판을 찔렀고 검붉은 핏방울이 송골송골 돋아나오기 시작했다. "헉 어떡해 잠깐만 있어봐" 그것도 애인이라고 급하게 휴지를 찾아서 지혈을 해줬다. 잠시 후 피딱지가 엉겨붙은 이마를 한 채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하는 애인의 얼굴은 정말 추했다. 애인이 그리 못 생겨보인건 처음이었다. 아니 그 얼굴은, 그 사람은 절대 내 애인이 아니었다. 휑한 기운에 푹 잠긴채 꿈에서 깨자마자 콧물을 훌쩍였다. 아니 이것은 틀림없는 코감기! 이렇게 칼 같이 코감기가 찾아오는걸 보니 환절기인게 틀림없다. 가을이 이렇게 급하고 또렷하게 찾아오나.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썩 좋지도 않았다. 가을은 몸도 마음도 휘청거리게 만들어. 가을에는 과거에 질질 끌려다니느라 일상 에너지가 모자란다. 가을 기분으로 힘들바엔 차라리 크리스마스나 바로 와버리라고. 바라던대로 다행히 비는 멎었다. 가을 장마라는게 너무 괴로워서 어젯밤부터 더이상 비가 오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여름 장마만으로 충분히 괴로웠는데 가을 장마는 또 뭐란 말인가. 이른 아침에 날아온 카톡으로 빈정이 상했다. 안 그래도 모든 SNS에 진력이 난 상태였는데 더이상은 못 참겠다. 으악 짜증나 으악 피곤해 으악 지겨워 으악 으악 으악 전날 밤 아이폰 첫 화면에 포진된 SNS어플을 끌어다가 폴더 하나에 몰아넣고 2페이지로 보내버렸는데 그렇게 홀가분하고 깔끔할 수가 없었다. 습관으로 자리잡은 아침순회를 대충 돌고 나니 정말 이것들과 멀어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은 내가 받고 싶은걸 줄 수 없다. 받고 싶은게 있으면 내가 알아서 움직여야지. 끊어보자. 없이 살아보자.고 생각한지 8시간 정도 지났을까 잠시 지루한 시간을 땜질하느라 어쩔 수 없이 어플순회를 또 돌았다. 말도 많고 글도 많고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그들이 티격태격 하는 세상이라니. 제각각 분주하고 치열하고 냉철하고 즐겁고 외롭고 화려한 타임라인의 온도를 맞춰 따라가다가 급기야 멀미가 났다. 으악 어지러워 으악 메스꺼워 으악 토할 것 같아 으악 으악 으악 살려면 횟수를 더 줄여야겠다. 심심하면 차라리 지뢰찾기를 하도록 하자. 텀블러에도 이렇게 일기를 쓸 수 있지만 확실하게 구분 하고 싶다. 설령 아무도 안 보더라도 여기가 진짜 내 공간이고 텀블러는 사진 올리는 용도로 만든 서브 블로그니까. 예전에 이석원이 그랬다. 누가 봐주지 않더라도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아무도 안 봐줘도 상관없고, 봐주면 고마운 거고. 아마 텀블러에 이런 식으로 장황한 일기를 올리더라도 착하신 이웃님들은 하트버튼 눌러주시겠지만 프하하. 사실은 사랑 많이 받고 싶다. 사랑을 받아야 이뻐지는데 오늘은 사랑을 하나도 못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이 더럽게 못나보였다. 어라 잠깐 콧물만이 아니었나봐 목도 따끔거리려고 해. 어쩐지 오늘 컨디션이 꽝이더라니. 어머 이런 내 샌들 스트랩은 언제부터 끊어져있던거야. 아무도 못 알아챌 부분이지만 괜히 초라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얼굴도 수척한데.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건 당장 비냄새가 달라졌다는 것. 흙과 풀이 물에 젖은 냄새가 좋으려면 어느 정도 기온이 낮아야 하는데 선선해진 다음의 바깥공기 냄새는 아주 오랜만에 달달했다. 비가 다 멎고 쨍한 일요일만 기다리고 있다. 요즘 머릿속은 온통 목욕탕에 관한 생각뿐이다. 지난번 통영 여행 때 들렀던 찜질방 사우나에서 거의 이십년만에 목까지 담갔을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지못해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동네 대중 목욕탕을 모조리 섭렵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얼마 전 루시드폴의 8월 5일 일기를 보고 다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얼마 후 시작된 장마.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 아침을 기다렸는데 일요일마다 날이 흐렸다. 장마가 길어질수록 목욕탕에 대한 열망은 깊어만 갔다. 오늘은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꿈에 그리던 모양의 목욕탕을 발견하고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하얀 페인트칠의 외벽, 입구에 놓인 작은 화분 몇 개, 나무 입간판에 빨간 글씨로 써진 '목욕합니다', 큼지막하고 투박한 세 글자 목 욕 탕. 입구에 잉어 들어있는 직사각형 어항 놓여있을 것 같고, 주인 아주머니가 카운터에 앉아서 부채질 하고 계실 것 같은, 심플하고 조용하고 푸근하고 오래 된 목욕탕. 어쩌면 우리 동네 목욕탕은 내 기대만큼 판타스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목욕탕 갈 날을 기다리는 일 말고는 재밌는게 없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한번만 더 볼까. 아이맥스 다음주까지는 할 것 같은데. 재밌는게 없어. 그렇게 재밌고 잘 만들었다는 응답하라1997은 오글거림을 주체하지 못 하고 첫회를 튼지 15분만에 꺼버렸다. 완벽하게 재현된 1997년도를 보고 있으려니 당시의 내가 야금야금 떠올랐다. 그 시기는 내 인생의 흑역사 랭킹 베스트 3위에 자리잡은 시기였기에 결코 드라마만큼 아름답거나 아련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내 인생은 온통 흑역사였네. 난 살아있는 흑역사 제조기네. 어제도 오늘도 지금 이순간까지도 난 흑역사를 창조해나가고 있지 싶네. 어차피 오늘만 살기도 벅차. [로]와 [애]만 줄줄이 대기중인 인생 사이사이에 어거지로 [희]와 [락]을 만들어서 껴넣어야 하거든. 이넘의 가을장마가 완전히 끝나면 완벽한 가을이 올 것만 같아. 그럼 돗자리 들고 공원가서 샌드위치 먹고 기타치며 인생을 낭비해야지. 그와중에 사랑을 좀 먹고 거울을 다시 보니 오늘 하루 중 지금이 그나마 이쁘다. 난감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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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7. 23:34 from 1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 낯선 길을 따라 걸었다 반지하로 내려가 비좁은 통로를 지나 낮은 천장에 사람 하나가 겨우 서 있을 정도로 작은 공간에서 반의 반 정도 열리는 문틈으로 들어가는 동안 난생 처음으로 폐소공포증을 겪었다 다락방 같은 구조 안에 허리 높이까지 쌓인 책들을 거슬러 올라가니 새로 펼쳐진 곳은 주로 문제집과 참고서를 취급하는 서점이었고 곳곳에서 수험서를 살펴 보던 교복 차림 여고생들의 시선은 일제히 산발한 머리와 어리둥절한 표정의 나를 향했다 그들 중 여고 시절 같은 반이었던 혜숙(가명)이가 나를 알아보고 저것 보라며 옆에 친구와 함께 키득키득 비웃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더미에서 내려와 조용히 혜숙이를 끌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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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해석하고 인정하는게 좋을까 괜한 의미 부여는 아닐까 오래 전부터 궁금했었다 굳이 프로이트식대로 해석하자면 지난 밤 꿈에 드러난 무의식 속엔 온통 공포와 억압과 불안과 분노가 한가득이다 꿈의 해석이란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법도 하지만 몸에는 좋은데 입에는 매우 쓴 약으로 느껴지는건 아닐까 아니면 샅샅이 파헤쳐지는 불편한 진실을 감당하느라 낑낑대거나 낱낱이 드러나는 치부를 부정하다가 결국은 외면하고 말겠지 사실 읽을수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프로이트니 정신분석학이니 단어만 접해도 벌써부터 난독증이 밀려오는 그 어떤 느낌적인 느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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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다큐에서 원상처라는 단어를 봤다 '원'자가 근원할때 원자인지 동그라미 할때 원자인지 아무래도 전자 같지만 어쨌든 원상처라는 개념을 쓸 수 있다면 원불안, 원공포, 원분노, 원조급, 원억압...이런 것들도 존재할 수 있겠다 과거에 생겨난 그 '원'들이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아이나 부부 또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그걸 치료하는 티비 프로그램만 봐도 사건과 사연이 있던데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원인이 있다는게 내 지론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혹시 이상행동을 보여도 거기엔 다 원인이 있어서 그러는거야 그 원인이라는건 제거 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나한테 아직 그런 요소가 꽤나 많이. 가만 이거 '원한' 할때 원자는 아니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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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도치 않은 원인제공을 한 적은 있어도 최소한 먼저 자극하거나 공격해 본 역사는 없다 그런데 그런 자세만으로는 버텨내기 부족한게 현실이다 가끔은 별로 소용이 없었고 더러는 아주 거추장스러웠다 그 사실을 차츰 깨달아가면서 외부자극으로부터 무뎌지고자 부단히 애를 썼지만 결과는 이러했다 "너 왜 이렇게 사람이 냉소적으로 됐니" 또는 "그게 너인데 뭐" 아니 그러니까 난 원래 좀 그러긴 했는데 아니 그러니까 난 원래 그런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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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기분 좋은 것. 불행은 기분 나쁜 것. 행복이란 기분 좋고 나쁨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 수행은 현재에 만족하고 사는 것. 지금이 좋은 것. (이상은 법륜스님 말씀) 위에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궁극적으로 소망하는 건 결국 자유다 말하자면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하기 위한 자유. 그러려면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거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사채빚에 시달리지도 않고 10년 넘게 미뤄놓은 일을 천천히 실행에 옮기고 있는 바로 지금. 그러고보면 선무당식 판결은 가깝고 종교적 성찰은 멀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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