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2008. 12. 23. 23:25 from 2


이런걸 보편적인 정서라고 보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1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인사와 크리스마스에 뭐하냐는 질문을
남들 따라서 주고 받기는 하지만 사실 크리스마스는 나에겐

-독실한 무교라서 상관이 없고
-성인이라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을 일이 없고
-커플이라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날로 여기거나 가족친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지 않으므로

결국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야 할 이유나 즐기거나 특별하게 보내야 할 해당사항은 없는셈인데
별 이유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거대한 행사로 여기고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이런 보편적인 정서에 동감하기 때문일거다



2
다양한 종류의 [보편적 정서]중에 썩 달갑지 않으면서 가장 많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해야한다는 강요 비슷한 것과 적절한 시기가 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한다는 압박 비슷한 것이다

이 정서의 특징은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들 그러하니까 너도 그래야한다는 무의식이 깔린 상태에서 출발한다
이 정서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정상/문제아/소수자/무능력자 중 1개 이상으로 분류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주관을 내비치기보다 주류의 정서에 편승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척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날고 기고 펄펄 뛰어봐야 주관따위는 타인의 기준과 시선아래 한없이 여리고 부족하고 나약해
좀처럼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3
그런데 1번과 2번이 합체하더니 -크리스마스는 연인과 보내는 것이다-라는 요러한 요상한 명제가 만들어진다
일찌감치 정확히 100일전에 '오늘부터 사귀어야 크리스마스에 100일'이라는 문구가 떠돌아다니질 않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솔로부대의 반어법적 슬로건이나
이제는 연례행사격으로 영구불변의 모습을 한채 연로하신 형님들과 누님들께 올해도 내가 있잖냐며 들이미는 나홀로집에 속 케빈이나
어디까지나 여기까진 내 생각일뿐이고 사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감정을 가벼이 여겨서도 안되지만  







-
어쨌거나 결론은 이런 삐딱한 시선과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는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거

나도 그렇고 누군가도 반드시 그랬으면 좋겠다 
일년중 이런 저런 조건이나 자격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 보편적으로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며칠 안되는 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소 강압적이기까지한 요상한 정서만 아니라면 더할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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