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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2.16 물고기

어른의 생선

2012. 8. 17. 23:52 from 1

                                                                          영화 남극의 쉐프 중





생선을 자세히 쳐다보거나 만지지 못 하고 즐겨먹지도 않는 나에게
생선이 올라온 밥상은 그렇지 않은 밥상보다 대여섯배 정도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생선을 고르고, 손질하고, 조리하고, 발라먹고, 다 먹은 뒤 깔끔하게 처리하는 까다로운 과정과
생선에 대한 지식(몇월이 제철이고 어느 바다에서 뭐가 잘 잡히는지 등)과 생선맛에 관한 취향 등
모두 어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에 생선이 메인인 식사 그중에서도 특히
생선구이가 올라온 정갈한 밥상은 언제부턴가 로망처럼 자리잡기 시작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가자미나 고등어 한도막이 가운데 놓인 밥상
젓가락으로 살을 쪼개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런 생선구이
먼훗날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내 손으로 생선구이 밥상을 차릴지 모른다
그때는 몸에 좋고 맛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식단, 깔끔한 요리실력,
일본 가정식 백반같은 푸드 스타일링, 아기자기하게 셋팅된 식기와 예쁜 가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인테리어까지
전부 다 현실보단 로망에 가까웠음을 깨달을 것이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일에는 돈이 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것도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걸 다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때는 엄마아빠를 이해할 수 있겠지 왜 생선을 좋아하시는지도
집에 들어왔을때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와 생선구이 냄새 가득한 부엌에서
왠지 모를 평온함과 안도감을 얻는 지금은,
아직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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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2009. 12. 16. 23:42 from 1






손톱만한 열대어는 귀엽다 손가락만한 민물고기도 예쁘고 주황색이나 흰색에 빨강섞인 금붕어까지도 만만하다
손바닥크기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심해어는 물론 당연히 사진만 봐도 모골이 송연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건어물상태의 모든 어류는 식품보다는 '미이라'로 보인다

하지만 잔멸치볶음은 역시나 만만하다 생선회는 들이마시다시피 한다 찌개에 비늘은 안 보였으면 좋겠다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경악을 하며 물고기 공포증을 보이는 모습에 나도 노홍철같은 문제가 있나 싶었다  

국멸치를 다듬을때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 내장을 빼내야하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다
몇십마리 정도 연속으로 다듬다보면 공포감이 조금 둔해졌다가 개중에 입을 크게 벌리고 죽은 녀석들이 나타날때면
등짝에 소름이 돋으며 진저리가 쳐진다 너는 어쩌다 그렇게 눈을 하얗게 치뜨고 죽을당시 모습 그대로 건조되었나
머리를 비틀어야하는데 만지는게 두렵다 그리고
물고기 눈 쳐다보는건 왜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루시드폴의 고등어에서 고를때 눈을 바라봐달라,눈 감는 법을 모른다 이 구절이 썩 많이 미화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한테 잡아먹히려고 태어났을리 없지만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는 고등어에게 이런 방식으로라도 
예의를 차리는거라면 이 노래를 듣고 고등어에 대해 조금이나마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느끼면 되는걸까
그래도 난 루시드폴이 쓴 이 곡이 좋고 이런 곡을 쓰는 루시드폴이 좋다 
살아있는 어류도 무섭지만 생선이 특히 무서운건 죽은 모습이 잘 보이기 때문일거다 아직 식재료보다 시체로 보이는 단계
생선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 먼 훗날 내 손으로 손질할 수 있으려면 일단 멸치에 익숙해지기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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