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생선

2012. 8. 17. 23:52 from 1

                                                                          영화 남극의 쉐프 중





생선을 자세히 쳐다보거나 만지지 못 하고 즐겨먹지도 않는 나에게
생선이 올라온 밥상은 그렇지 않은 밥상보다 대여섯배 정도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생선을 고르고, 손질하고, 조리하고, 발라먹고, 다 먹은 뒤 깔끔하게 처리하는 까다로운 과정과
생선에 대한 지식(몇월이 제철이고 어느 바다에서 뭐가 잘 잡히는지 등)과 생선맛에 관한 취향 등
모두 어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에 생선이 메인인 식사 그중에서도 특히
생선구이가 올라온 정갈한 밥상은 언제부턴가 로망처럼 자리잡기 시작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가자미나 고등어 한도막이 가운데 놓인 밥상
젓가락으로 살을 쪼개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런 생선구이
먼훗날 언젠가 나도 어른이 되면 내 손으로 생선구이 밥상을 차릴지 모른다
그때는 몸에 좋고 맛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식단, 깔끔한 요리실력,
일본 가정식 백반같은 푸드 스타일링, 아기자기하게 셋팅된 식기와 예쁜 가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인테리어까지
전부 다 현실보단 로망에 가까웠음을 깨달을 것이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일에는 돈이 들고 손이 많이 간다는 것도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걸 다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그때는 엄마아빠를 이해할 수 있겠지 왜 생선을 좋아하시는지도
집에 들어왔을때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와 생선구이 냄새 가득한 부엌에서
왠지 모를 평온함과 안도감을 얻는 지금은,
아직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Posted by formortyp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