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돌아가보고 싶은 시간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2009년 8월 1일 저녁 8시
-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하루하루 무럭무럭 커지는 사람을 어쩌지 못 하던 어느 여름날 밤
달은 밝고 서울숲은 아름다웠고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대기가 맑게 고이기 시작했다
혼자 오신 40대 아주머니가 가만히 앉아계시길래 괜히 기분이 좋았다가
몇 분 있다 일어나셔서 괜히 아쉬운 기분이 되기도 했다
-
이석원은 이렇게 야외에서 공연하니까 좋다고 말했던 것 같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그래서 정말 안 찍었다)
늘 그렇듯 화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
"얘가 연애를 참 많이 했는데요 너가 한 스물다섯번 했지?"
"그렇다고 그 스물다섯명이 사랑이 아니라는 건 아니야, 능룡아"
-
아름다운 것을 연주할 때는 곡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비틀즈의 I will과 권성연의 '한 여름밤의 꿈'을 부를때 정말 좋았다
마지막 곡은 산들산들이었다
산들산들 느릿느릿 흘러가던 시간 내내 그리워하던 사람을 그리워했다
-
기억 속에서 큰 위로가 되어주는 그 시간이 해마다 여름마다 밤마다 수시로 생각나곤 한다
그 날 그 밤이 통째로 한 여름밤의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