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는 계절로 비유하면 봄이다 왈츠가 봄이라는 계절과 얼마나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지는 이미 오래전 드라마 제목에 쓰인 걸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어딘가 조심스럽고 왠지 모르게 낭만적인 4분의 3박자 또는 8분의 6박자는 살랑살랑 소생하는 만물의 움직임과 닮았다 사계절 내내 좋아하는 딸기는 상큼하고 탐스러운 모양새를 떠올리기만 해도 기운이 샘솟는 시기가 오는데 그건 내게 있어 곧 봄이 온다는 신호이다 딸기는 가공된 맛과 향만으로도 생동감을 불러다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왈츠 선율과 물좋은 딸기로 봄을 접하기 앞서 봄도 겨울도 어느 계절도 아닌 환절기에 뒷덜미를 붙들렸다 막아보려 피해보려 갖은 수를 쓰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환절기의 감기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빠져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차피 그게 그거인지라 꼼짝없이 온몸으로 통과하기 그것만이 새 계절을 맞는 방법. 감기기운을 떨어뜨리고 나면 약기운에 비몽사몽, 약기운이 떨어지면 감기기운으로 또 비몽사몽 그렇게 나만의 환절기를 보내고 나니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봄은 찾아오고 마는 것이었다 퉁퉁 불어서 두툼하고 거추장스러운 인두겁을 벗어던지고 본 거울 속 내 얼굴은 다소 낯설어져 있다 이게 정말 나일까 그럼 그게 나일까 그건 내가 아닌데 그건 내가 아닌데 이제 태어나려나 이제 달라지려나 뭐를 새로 맞이할 수 있겠나 새로 뜯은 딸기립밤에서 가짜딸기향이 제법 싱싱하게 느껴진다 진짜 딸기를 사러 가야겠다 그리고 왈츠를 익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