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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5 워메 4

워메

2010. 4. 15. 01:31 fro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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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요즘들어 방법을 바꾸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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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 즐겨
쓰시던 레퍼토리는
오래도 찬장에 쌓여 빛을 못 보고 있는 식기 박스셋트(12EA)들과 장롱들을 가리키시며

"이것들은 다 너 시집갈때 물려줄 것들"- 이었는데 더는 먹히질 않는다는걸 깨달으셨는지 몰라도
7-8인용 압력밥솥을 집에 들인뒤로, "나중에 사위들이랑 손자들 불러서 기 딱이다"와
"요즘은 사위나 며느리에게 자식처럼 이름 부르는게 추세라는데
그게 더 친근감있고 좋아보여서 나도 그렇게 할 것
"-
으로 바뀌었다
요새는 세상이 변해서 저 싫으면 안 하는거고 능력있으면 지 인생 즐기는거다 강요 안 하마
하시던 평상시의 말씀은 사실 겉으로 내를 안심시키시려는 훼이크고 
불시에 흘러나오는 저런 말들이 진정 엄마의 속말씀이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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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같았으면 길길이 뛰거나 정색하
나도 엄마따라 방법을 바꿔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까지 띠어주면 훨씬 더 안전^-^♡ 
은 '절대'라는 단어를 밖으로 내고 입방정떨던 사람이 갑자기 훅 간다고들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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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모토는 "어느 구름에서 비 떨어질지 모른다"이시지만 아빠식의
축의금 뿌리기는
이제는 제발 자제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툼하고 맛은 없는 스테이크 값 치고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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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니 결혼은 무신 결혼이여 설령 한다고 해도 워찌 살겄당가
엄마같은 아내로 아빠같은 남편을 만나서 그러다 행여나
할아버지를똑닮은아빠의판박이인나를쏙뺀라도 낳으면 그 는 또 워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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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당신과 다르게 살 수 있을거라 기대하시겠지만 어떻게 다를 수 있겄슈
원망하는게 아니라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을 접지 않고 계신게 안타깝고 죄송해서 그라요

이제 제법 고렙을 찍었으므로 친인척의 압박은 그 파급력 따위 미미해진 가운데  
지금은 엄마아빠 말고 미안할 사람이 한명 더 생길까 쓸데없는 걱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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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처녀시절 별명이 코스모스였담서 근데 엄마 시방은 너무 억울하잖여
엄마가 결혼한 나이가 되려면 아직(?) 8년이나 남아서 나도 모르는 일이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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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나라는 [만 나이]라는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나이를 놔두고 
쓰잘데기없이 뱃속에 있던 나이부터 세고 난리라서 급짜증
거기서 살던 기억이라도 있었으면 복중일기라도 써냈겠는데 그러긴커녕
남들 다 있는 세살때 기억도 없고 제일 오래된게 다섯살인가 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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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편 성(姓)과의 조화를 생각하느라 있지도 않는 아들딸 이름을 미처 못 짓고 있는 신중함,
내 미모의 중심,나의 원동력,나의 생명,날 키운 8할,고로 나의 에브리띵인 앞머리를
웨딩드레스 입었을때 올릴 것이냐 내릴 것이냐를 고민하고 앉았는
나으 아이러니는 여전히 유효하며 설명불가하다
뭐야 써놓고보니 미친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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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스 (중요도★★★★★)
늘그막에 손잡고 산책댕길 영감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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