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2.01.05 그러나 나는 곧바로 변태가 되고 말았다
  2. 2011.06.26 어쩌면 이것은
  3. 2009.12.16 물고기



귀여운 사진을 올리면 좀 덜 변태스러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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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유독 노래 가사에 과도한 감정이입과 의미부여를 일삼는 편이라
11번 트랙을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 했고 
'별빛'이란 가사에서 변태적 상상력은 정점에 이르고 말았으니
그러다 나같은 종류의 변태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기사를 읽고 수그러든 다음

텐아시아 인터뷰까지 보고나니 모르는게 많았구나
조금 보이는걸로 상상력 발동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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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은

2011. 6. 26. 23:46 from 2



거의 토사물에 가까운 글






지하철 타고 가는데 실로 오랜만에 가요CD 파는 아저씨 등장.
객실 안에 노래소리가 퍼진지 1분도 채 안됐는데 잡상인은 내려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요즘 세상엔 지하철 칸마다 CCTV가 있는거 아닐까 생각하는 사이
다급해진 아저씨의 세일즈가 일순간 멈칫하더니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음악 꺼달라면 끌테니까 젊은 친구들 제발 신고는 하지마세요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잖아!!"
정말 누군가 신고를 한건지 그것도 젊은 친구들이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법이나 공공질서 이런것도 모르겠지만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그 순간만큼은

피치 못할 사정이나 구구절절한 사연, 아니면 그날따라 유독 혹독했던 하루를 짊어진채 차를 탔을거란 생각에
아저씨가 판을 접고 바로 다음역에서 내린 뒤로도 귓가에 계속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잖아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잖아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잖아

머리 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잦아들도록 내버려두고 눈과 오른손 검지는 뚫어져라 휴대폰만 향해 있는데
요만한게 무슨 세상과 통하는 창이라도 되는 양 왜 놓질 못하누. 당겼다 놓고, 올리고, 내리고, 누르고.
누를 수 있는 것은 '좋아요' 하나인지라 선택권은 없고 나 또한 님들이 좋아할만한 것만 올려야하렸다
페이스북이 왜 불편한가 했는데 이제 알 것 같다 페이스북은 루시드폴 노래 그 자체다
나를 둘러싼,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즐겁다'

살면서 아주 조금씩 깨우쳐가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나이 먹어가면 갈수록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것
세상엔 평범하기만 한 사람도, 비범하기만 한 사람도 없고 둥글기만 한 사람도 모나기만 한 사람도 없는 것처럼
그런데 또 저런 사람도 진짜 있을지 몰라 어쨌거나 사람에 대한 단정은 일체 지을 수 없다는 것
음악하는 사람이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기 세계가 강해서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한다고 하는데 다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음악하는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닐테고 그렇게 치면 글 쓰는 사람은, 그림 그리는 사람은, 도자기 굽는 사람은 어떨까? 
게다가 주위를 둘러본 결과 그 중 단연 최고봉은 춤 추는 사람이어야 맞는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잖아 이렇지도 않고

어찌보면 사람들이 즐겁기만 할거란 생각도 쉽게 단정지은 거겠지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즐겨야한다 즐거워야 한다
즐긴다는 것. 즐겁다는 말을 들으니 생각났다 몇년 전에도 같은 말을 들었던게
악조건과 압박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건 저 사람이 자기 일을 즐기고 있어서라고
뒤통수를 한대 맞은듯한 깨달음이었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생각해보면 신기한 사람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 지금도 부지런히 즐기면서 사는 사람 

오래전에 티비 보다가 창사특집으로 최초의 드라마가 소개되는걸 보면서 문득
뉴스처럼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는 프로그램과 비교했을때 드라마는 어쩌다 생겨났으며 왜 있는걸까 생각한 적 있다
뭘 위해서 대본을 쓰고 세트를 짓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걸까 엄밀히 말해 누가 만들어달라고 한건 아니지않나
이런 요상한 생각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또 다르다
누군가가 뭔가를 세상에 출력해놓자마자 우리한테는 그걸 입력할 책임이 발생하고 동시에 내껄 출력할 의무도 발생하는 것
즐기는 사람이 내놓은 것을 즐기는 것. 그리고 누군가 즐길 것을 내놓는 것. 그렇게 돌아가는 인풋과 아웃풋의 섭리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싶다면 그냥 염두에 두고만 있어 그러는게 이로울거야

그래도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다 세상 모든 남녀상열지사에 염증을 느끼네 어쩌네 지랄지랄을 떨고 들어 온 날 밤.
하필 그날 모르는 여자가 페이스북 친구추가를 해서는 누군가 들어가봤더니 하필 첫페이지 첫글 첫문장이 이러했다
'여자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난 이럴 수도 없었고 저럴수도 없었고...(중략)...하지만 난...할 것이다'
오 쉣.
그리고 문단 끝부분엔 이어지는 셀카 한장. 세상을 다 잃은 표정, 촛점없는 눈빛, 그 아래로 훤히 드러난 슴.가.골
오 마이 아이즈.
그래 니 사랑만 겁나게 아름답고 니 사랑만 눈물나게 아프고 니 사랑만 찢어지게 슬프구나
대체 그 '여자'분 생각은 해보긴 한겁니껴? 이 가련한 영혼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친구수락 거절하기 뿐입니껴?

오 마이 갓. 하여간 날이 갈수록 환멸이다 전부 다 꼴도 보기 싫다 무성으로 태어났음 좋았을껄 다 싫다 다 싫어 싫다구영

어쩌다보니 반복되는 [일상]은 내를 집어 삼켰고 내는 고분고분 순순이 잡아먹혀서 가라앉고 가라앉고 또 가라앉았다
이런 내 캐릭터가 존나 싫은데 한번 빠져들어가면 어지간해선 헤어나오기가 힘들어

예전엔 와이쏘씨리어스하고 조커 흉내내주면 레드썬 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안 먹히나봐
뭔가 말을 하려고 해도 입이 안 떨어진다 말이 안 나온다고 말이. 
이 또한 나의 삶이고 받아들일 것은 많고 이것조차 즐겨야한다면 어쩔 수 없나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럴 수밖에 없나



그리하여 모든 '활동'은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은 욕망에 대한 저항


붙잡고 싶어서 몸부림치고 안간힘을 써봐도
가버리는 나의 마지막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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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2009. 12. 16. 23:42 from 1






손톱만한 열대어는 귀엽다 손가락만한 민물고기도 예쁘고 주황색이나 흰색에 빨강섞인 금붕어까지도 만만하다
손바닥크기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심해어는 물론 당연히 사진만 봐도 모골이 송연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건어물상태의 모든 어류는 식품보다는 '미이라'로 보인다

하지만 잔멸치볶음은 역시나 만만하다 생선회는 들이마시다시피 한다 찌개에 비늘은 안 보였으면 좋겠다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경악을 하며 물고기 공포증을 보이는 모습에 나도 노홍철같은 문제가 있나 싶었다  

국멸치를 다듬을때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 내장을 빼내야하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다
몇십마리 정도 연속으로 다듬다보면 공포감이 조금 둔해졌다가 개중에 입을 크게 벌리고 죽은 녀석들이 나타날때면
등짝에 소름이 돋으며 진저리가 쳐진다 너는 어쩌다 그렇게 눈을 하얗게 치뜨고 죽을당시 모습 그대로 건조되었나
머리를 비틀어야하는데 만지는게 두렵다 그리고
물고기 눈 쳐다보는건 왜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루시드폴의 고등어에서 고를때 눈을 바라봐달라,눈 감는 법을 모른다 이 구절이 썩 많이 미화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한테 잡아먹히려고 태어났을리 없지만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는 고등어에게 이런 방식으로라도 
예의를 차리는거라면 이 노래를 듣고 고등어에 대해 조금이나마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느끼면 되는걸까
그래도 난 루시드폴이 쓴 이 곡이 좋고 이런 곡을 쓰는 루시드폴이 좋다 
살아있는 어류도 무섭지만 생선이 특히 무서운건 죽은 모습이 잘 보이기 때문일거다 아직 식재료보다 시체로 보이는 단계
생선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 먼 훗날 내 손으로 손질할 수 있으려면 일단 멸치에 익숙해지기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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